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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쾌함을 버젓이 드러내는 사회

문통최고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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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부와 진보정부의 차이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지금 저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나의 불쾌함을 대놓고 드러내는 정부와 그렇지 않은 정부' 진보정부일 때는 그래도 눈치를 봤습니다. 진보정부가 아무리 사람들 각자가 하고싶은 말, 주장을 자유롭게 하는 사회라고 해도 타인이 불쾌하거나, 상처받을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자각이 있던거죠.

 

하지만, 보수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진보정부가 그동안 소외받던 계층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동분서주한 것과 달리, 보수정부는 그냥 내가 불편하고 불쾌하면 바로 욕설, 혐오, 비하를 시작합니다. 장애인이 시위를 한다? 성소수자가 퀴어축제를 한다? 연예인이 뭔가 섹시한 춤을 춘다? 내가 불편하다는걸 그대로 드러내죠. 

 

'프로 불편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진짜 별의 별 이유로 트집잡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죠. 개인적으로 프로불편러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씨가 아내분을 이름으로 부르던걸 지적하던 글입니다. '경은아'라고 부르는게 여자를 하대하는 느낌이라고 했나? 뭐 이런게 프로 불편러의 예시입니다.

 

근데, 이런건 그냥 인터넷이나 sns에서 자기들끼리 불편해하고 마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처럼 누구를 고발하고,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이 행정권한을 사용해서 금지하고, 주류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남발대는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근데 지금은 왜 이렇죠? 내가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는게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성소수자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 섹시한 춤을 추는게 싫을 수 있죠. 취향과 성향은 다양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해서 타인의 성향까지 제약하고 금지할 수 있을까요? 내가 보기 싫으면 일단 눈 앞에서 치워야하는건가요? 타인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자유를 행사하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자유'의 기본적인 개념 아닙니까? 왜 이걸 자꾸 까먹는거죠? 

 

'다수의 취향과 성향에 적합하게 살아가라. 소수의 취향은 드러내지 마라. 우리가 불쾌하니.' 이게 당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중국, 러시아와 뭐가 다른거죠? 우리도 러시아처럼 성정체성 드러내면 벌금 매겨야 만족할건가요? 중국처럼 권위주의 사회가 되어야 정신차릴 건가요?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왜 자유의 기본적인 원리마저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마음껏 드러내면 안되는게 민주국가의 기본 덕목인데...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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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할 권리는 부여되지 않습니다. 서로 존중하며 살고 싶어요.
23.07.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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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기분상해죄...
그리고 언제부턴가 혐오 = 이성적인 것으로 포장되는 것 같아서 참 그렇네요.
23.07.2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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