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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빌런이 따로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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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주소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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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희생된 선생님에게 애도를 표한다. 동시에 엉뚱한 빌런 찾기는 그만해 줄 것을 모든 분께 당부하고 싶다. 희생자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나는 그가 숨 막히는 교육계 공기 안에서 질식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희생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학교에는 차별적 공기가 있다.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안다. 14년 동안 장애인으로 학교에 근무하면서 피부로 느꼈거니와 지난 4년 동안 장애인교원노조(장교조) 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고립과 배제, 소통 단절에 시달리는지 더욱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강민정 의원님의 제안으로 2021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가서 발언한 내용도 그래서 '학교에는 차별적 공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공기를 들이마시는 교사들은 힘들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왜 말을 못하냐고 묻지 말라. 우리에겐 말할 권리도, 기회도 단 한 번 주어진 적이 없다. 우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조차 단 한 명도 없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는 저연차 교사로 알려졌다. 그에게 장애나 의학적으로 주의를 요하는 조건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아마도 많이 여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고 부탁을 하면서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교사가 교실에서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턱 막혔을 것이다.

 

쉽지 않은 아이들, 학부모들, 그리고 수업과 행정 업무… 그런 것들을 혼자 처리하다 보면 수없이 '현타'가 온다. 자존감이 깎여나간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는 먼저 손 내밀어주는 사람도 없거니와 어렵게 목소리를 낸다 한들 들어줄 사람도 많지 않다. 그가 선택한 업무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라는 것만 보더라도 나는 그의 성격이 짐작된다. 업무만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컴퓨터로 조용히 혼자 처리하는 업무를 하고 싶어하진 않았을까?

 

학교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힘들어도 묵묵히 자기 할 일 잘 하는 사람을. 창의적 인재, 주도성 강조, 선택과 다양성 존중 이런 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다. 학교에서 그런 가치는 찾아볼 수 없다. 희생자에게 아마도 그 누구도 큰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에게 학교는 절대로 말을 걸지 않는다. 조용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줄 만한 감수성이 학교에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무게가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는 동안 그는 숨이 막혀왔을 것이다. 그렇게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선생님은 지금 우리 주위에도 많다.

 

언론에서 선생님의 죽음에 책임있는 빌런(악한)에 대한 수많은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지만 아마도 빌런 찾기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갑질을 했다는 학부모도 원인 제공을 했을 수는 았겠지만, 학부모의 갑질만으로 교사가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학생인권조례 탓을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호도하는 행위다. 교육부나 교육청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진짜 빌런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 온 차별적 공기가 바로 진짜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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