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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랑 손 잡고 걷고 싶다

문통최고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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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분명 통계상으론 연애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데, 왜 밖에만 나가면 손 잡고 걸어다니는 커플들만 보이는걸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지금 상태가 이상해서 커플이 많아 보이는걸까? 

 

이 망할 놈의 우울증은 왜 틈만 나면 심해지는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어거지로 버텨왔던 감정들이 호르몬 치료 이후 한 번에 와르르 몰려오는 기분이다. 대체 난 언제까지 혼자 우울해하면서 연애하는 망상이나 해야 할까.

 

 근데 손에 다한증이 있어서 손을 잡을수는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 손에 땀이 너무 많긴하네. 하여튼 도움 안 되는 몸이야. 우울하고 또 우울한 기분이 가끔씩 계속 이어진다. 끝도 없는 우울이란 이런 느낌이 아닐까? 

 

누굴 만나고 싶어도 이젠 용기도 안 생기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만나더라도 도저히 여자랑 손 잡는 상상은 안되고...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같이 밖에 나가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늘 그랬다. 난 이상할 정도로 친구를 안 사귀고 엄마랑만 계속 밖에 다녔다. 지금도 같이 밖에서 밥 먹거나 영화 보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걸까. 이제는 '그냥 엄마랑 손 잡고 다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근데 지금까지 밖에 잘 나가지도 않던 아들이 갑자기 엄마랑 손 잡고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밖에서 엄마랑 손잡고 다니면 왠지 사람들이 쳐다볼 거 같기도 하고...

 

드디어 미쳤나보다. 이젠 별 생각이 다 드네. 역시 말 못하는 아싸로 사는건 참 힘들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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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꼭 친구가 나타날거에요
23.07.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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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한 줄이 제 평소 생각/상황과 같아서 뒤로가기를 누를 수가 없네요. 사람이 그립다가도 늘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에 체념할 수밖에 없는 매일입니다.

저는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인데, 고등학교 자퇴 후(상당히)오랜 기간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습니다. 게임 중독자로 오랜 기간 살았지만, 공익 복무를 시작해서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무사히 마쳤습니다. 또 조금 늦게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와 함께 사회생활을 천천히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작성자분이 느끼셨을 평상시의 수치심, 자괴감 같은 것들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정상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대에게 깐깐하지 않다는 걸 의식적으로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외려 생각보다 너그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외적으로 이지메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도록 주관을 뚜렷하게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적어도 70세 이상 살 수 있다면 지금의 수치심도 나중에는 한때의 기억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평가될 것이므로, 당장의 정신적 고통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아야 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만... 억지로라도 생각을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작성자분께서 인간관계를 겪으시면서 느끼셨을 감정은 "수치심"일 것이라고 추측을 해 봅니다. 제가 그랬기 때문에... 저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수치심(조지프 버고, 현암사)>이라는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기회가 되실 때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꽉 막힌 인생에 아주 대단한 해법이 있다고 말해주는 자극적인 책은 아닙니다. 다만.. 수치심이라고 하는 것이 저주받은 소수의 인간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간군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어 괴로움을 주는 보편적인 감정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 읽으면서 스스로를 조금 덜 몰아세울 수 있었다...라는 감상의 책입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자책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말 좀 못하면 어때요? 제 생각에는 우리 아싸들이 말을 못 하는 핵심 이유는 그냥 관심이 없는 주제로 얘기하기 싫어서인 것입니다. 저는 가수니 배우니 관심이 없고, 리그오브레전드 피파 안 하고, 유명하다는 스트리머 관심없고 또 딱히 남이 뭔 썰을 풀든 말든 재미가 없습니다. 이런 거 억지로 재미 붙이려고 하면 골병 들어서 못 산다구요!!! 이런 부류의 사람은 조용히 살아갈 뿐, 세상에 나 단 1명만이 그런 것은 아닌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화나고 힘 빠지는 것도 절대 혼자 그런 게 아닙니다. 작성자님은 절대로 혼자가 아닙니다.
23.07.30. 21:20
문통최고 글쓴이
1
귤키우기

긴 댓글 잘 읽었습니다. 수치심이라... 솔직히 찔리네요. 관심 없는 주제로 얘기하기도 싫을 뿐만 아니라 말더듬 때문에 스스로 상처받는게 싫어서 계속 혼자 지내다보니 아싸 중의 아싸가 된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에 대해 큰 신경을 안 쓴다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더듬 때문에 스스로 고통받는게 너무 짜증나네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만나기 싫은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생각을 억지로라도 멈춰야 하지만 자주 끝도 없는 고민과 우울에 빠지게 됩니다.

밖에만 나가면 사람들이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커플들은 왜 이리 많이 보이는 것이며, 다들 뭐 이렇게 대화를 잘 하는건지... 난 가끔 카페에서 주문하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ㅜㅜ

그래서 더더욱 집 밖에 못 나가나 봅니다. 생각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나니까요.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는 건 없지만요.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학교 다니면서, 취업 준비하면서, 회사 다니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굳이 힘들게 남들처럼 되려고 애쓰는 것보단 이런 나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면서 나름 행복하게 사는게 더 좋을 것 같거든요. 물론 말씀처럼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화나고 힘 빠지는’ 인생이 되겠지만, 저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긴 조언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위로가 좀 되었어요

23.07.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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