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
취업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 더 정확히는 취업을 위해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결과물이 그닥인 일자리가 너무 많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불릴 이유는 없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가 월급이 많기를 하나, 워라밸이 좋기를 하나, 민원의 부담이 적기를 하나, 이상한 동료 만날 확률이 적기를 하나. 그냥 지극히 평범한 직장일 뿐이다. 멀리서 보면.
근데, 한국엔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도 되는 일자리가 너무 드물다. 주5일 * 하루 8시간 근무( 왠만하면 ), 그래도 좀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 질병휴직 및 육아휴직, 출산휴직 보장, 안정적인 일자리, 노동법 위반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 밀리는 월급, 가입 안 된 4대보험, 상사의 폭언, 성희롱 등등... )
이 정도 되는 직장은 한국에서 많지 않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그닥인 것 같은 공무원과 공기업에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 이 정도 되는 일자리가 너무 드무니까. 아직도 세상엔 말도 안 되는 직장이 넘쳐나니까. 괜히 그런데 가서 고생할 바에 취준 생활을 길게 가지는게 현명한 선택이 되어버렸다.
근데, 사람이 특정 취업처로 몰리다 보니 입사 난이도가 너무 높아졌다. 일반행정직 9급만 놓고 봐도 가면 갈수록 시험 난이도나 공부 분량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의 9급은 예전처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붙을 수 있는 시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9급은 더 이상 여태까지 공부를 좀 못했어도 1-2년 빡세게 공부하면 붙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고, 전국의 괜찮은 4년제에 다니는 친구들이 딱 계획 짜서 맘 잡고 진입해야 하는 시험이다. 무슨 마음? 어렵고 힘든 시험이니 공부 좀 했다는 나조차도 2-3년 들이부을 각오.
9급 시험이 이 정도로 양이 방대하고 어려울 필요가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근데, 양질의 일자리는 너무 부족하고, 청년들이 갈 곳은 없고, 믿을만한 건 9급밖에 없다. 그래서 입사 난이도가 점점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비단 9급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른 직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일거다.
언제부터인가 '취준'이라는 용어가 일상어가 되어버렸고, 20대가 되었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는 괜찮은 곳에 취업하기 너무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혼자 알바하고 돈 모으면서 꿋꿋하게 취업하기? ebs만 가지고 공부해서 sky 가기와 동의어가 된 세상이다.
누군가는 ebs만 갖고 sky를 갔겠지만 그걸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힘든 환경에서 악착같이 공부해서 괜찮은데 취업을 했겠지만, 그걸 모든 청년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부모가 전폭적으로 경제 지원을 해 줘도 괜찮은데 취업하기가 힘들다.
정권교체 여파로 공공기관 티오는 확 줄었고, 대기업이나 괜찮은 중견기업 취업은 원래도 어려웠는데 코로나 이후로 더 어려워졌으니까. 왠만한 사람 아니고서야 대부분은 부모가 지원해주는 돈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그나마 취업가능성이 열린다.
문정부가 공무원 티오 늘린거 갖고 생난리를 치는데, 그거라도 안 했으면 문정부 때도 청년 일자리는 박살났을거다. 그만큼 지금의 취업시장은 정말 이상하고 힘든 상황이다. 보수는 맨날 청년들이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하기전에 청년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부터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할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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