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나치 청산에 대한 제 의견
종종 한국의 친일파 청산을 프랑스의 전후 나치 부역자 청산과 비교하는 의견이 보이는데, 저는 "왜 프랑스처럼 못 했냐" 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건 잘못되었다 생각합니다.
우선 수만 명이 처형당했다는 걸 반민특위가 220명을기소한 한국과 비교하는데, 이 수만 명은 대부분 독일군에게 빵을 팔거나, 독일군과 연애를 하거나, 가게에서 독일군 병사를 손님으로 받았다는- 나치 부역과는 무관계한 이유로 죽었습니다. 그럼 진짜 고위직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패탱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런했습니다.
이 런한 나치 부역자 고위층은 대부분 사면되거나, 혐의를 피하고 드골 정부에 충성을 맹세해 계속 일했고요. 패탱은 "비시 프랑스"라는 빼박 못할 나치 괴뢰국 수장이었던 탓에 이들이 책임을 돌리기 딱 좋았고, "패탱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라고 죄다 빠져나갔습니다.
나치 항복 직후만 해도 프랑스에서 패탱을 처형해야 한다는 여론은 상당히 적었지만, 재판 기소 이후로 미친 듯이 사형 찬성이 급증한 것도 저 사람들의 영향이 무관하다 할 수 없고요.
또 프랑스가 나치 치하에 놓인 것은 5년이고, 이는 일제강점기 35년의 1/7 정도밖에 되지 않죠. 따라서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사회 각 계층에 깊게 침투한 친독파 비율이 한국의 친일파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저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만약 프랑스가 일제강점기, 아니 독제강점기 35년을 겪어 40~75년까지 나치 치하에 놓였다가 해방되고 나서 현실과 똑같이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쉽게 답하기 어렵네요.
한국의 친일파 청산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비교를 할 거라면 그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