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얘기하진 않았으면
벌써 4-5년 전 일이네요. 제가 고3 때 한창 공무원 정보만 찾아보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보를 찾다찾다 공시 강사들이 진행하는 토크쇼? 질의응답?같은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 강사가 이런말을 하더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학생이 '제가 20살인데, 최대한 공무원 시험을 빨리 붙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공시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걸 본 한 한국사 강사가 질문에 대답을 하는게 아니라 "20살? 엄청 어리네! 너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 빨리 합격하게 넌 좀 천천히 공부해! 9급은 5과목이니까 1년에 한 과목씩 공부해도 25살이면 붙네!" 라고 말하며 질문을 치워버리더군요.
그 때 정말 충격받았습니다. 저도 그 때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가능하다면 고등학교 자퇴하고 공시 보려고 생각하던 중이라 저 말이 더 가슴에 아프게 박히더라고요. 아니, 나이가 어리면 공시상담도 못하나요? 공시 강사한테 상담하려면 대학 정도는 졸업해야 하나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달라서 20살 21살에 반드시 공무원을 붙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무슨 자격으로 '나이 어리니까 천천히 공부해!'라고 말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어리면 고민상담을 할 자격도 없는건가요?
그렇다고 공시강사들이 나이 많은 공시생들한테 더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기분은 안 드는데... ( 전 솔직히 9급 공무원 비하 발언한 영어 강사가 지금도 잘 나간다는게 너무 역겹습니다. 더 짜증나는건 그나마 이 영어강사가 공시계에선 그나마 잘 가르치는 축에 속한다는거... )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저는 학생들이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어른들이 '니 나이 때 무슨 스트레스가 있어~. 그 때가 좋은거야'라고 대충 말하는것도 정말 싫어합니다. 특히 명절만 되면 꼭 평소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꼭 조언해주겠답시고 저런 말을 하는게 너무 싫어요.
도대체 학생한테 스트레스가 없다고 판단하는건 뭐죠? 그 나이 땐 고민이 없다고요? 도대체 어느 멀티버스에서 사시는건지... 지금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공부와 진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그것만 있나요? 가정문제, 학교문제, 친구문제 등등 10대에도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데...
제발 부탁인데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맙시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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