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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유저들의 역할이란

알렉산드르_뷰코크 알렉산드르_뷰코크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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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초창기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이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크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위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과 같은 PC통신 서비스는 지금 우리가 이용하곤 하는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와 같은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동호회' 시스템을 갖고는 했으니 말이다. 그때의 동호회는 지금은 거의 금기에 가까워진 '정모'를 자주 진행했고, 그러다보니 사실상 '온라인 회동'을 자주 하는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묘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겟다.

 

 지금은 그 4대 포털 중 천리안만이 '살아만' 있고, 나머지 셋은 모두 몰락한 채, 그 시절의 이용층만이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포진하고 있으니(주로 클리앙이나 딴지 세대가 이때에 대한 기억을 가장 진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인터넷 문화는 한번 '단절'된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 과정을 거쳐가며 지금 우리 인터넷에 그 때의 문화는 역사로만 남아있다.

 

 지금의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디시인사이드이다.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 루리웹 등등은 뭐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다른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는 디시인사이드에 기생하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생상태는 그 자체만을 본다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카페' 시스템은 분명 앞서 본 '동호회'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애초에 주제를 하나 정해 놓고 모이는 곳인지라 동호회라는 이름에 부합하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외부 유입은 별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인구가 많은 카페면 몇명이 친목질 한다고 망하기도 힘들고(물론 그와중에도 망하는 곳이 존재한다만), 인구가 적은 카페면 애초에 유입이 별로 없으니(선후관계를 따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루리웹은,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는 독립적인 규모를 유지하고는 있다. 전성기를 구가한 적도 있고, 유명한 인터넷 문화를 퍼트리는 문화 수도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종합 커뮤니티 사이트이기 때문에, 여러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잡담을 나누는 일종의 마을과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디시인사이드와의 밈 전쟁에서 여러 사정으로 몰락하여(아무래도 휘발적 밈 소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지금은 명성이 무색하게 몰락 중인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기타 웃대, 오유 등등은 결국 디시인사이드의 밈적 부산물을 받아먹으면서 살 수 밖에 없다. 관리를 빡세게 해서 디시인사이드의 보리수 침공을 막아내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보리수'를 덜 보면서 '디시 밈'을 소비하고 싶다면, 결국 밈적 부산물을 소비하는 그런 사이트들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체적인 밈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이트들은 결국 존속을 디시인사이드에 의탁한 셈이다. 그러므로,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도 독자적으로 존속하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다. 청년과이음만 해도 디시 민갤을 주 커뮤니티로 하고 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즉, 커뮤니티 사이트의 존속이란 그 사이트가 휘발적인 밈 소비 시스템을 구축한 현재의 인터넷 상황에서, 얼마나 '남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밈을 '얼마나 많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 밈은 '혼밥충'이나 '야민정음'처럼 유머 코드로서 소비되는 밈일 수도 있고, 여러 담론을 쌓아올려 형성한 인터넷 속의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으며, 설거지론같은 혐오에 기반한 정서일 수도 있다. 밈이 퍼지도록 유도할 필요까지는 없다. 일정 규모를 넘기다보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밈의 전파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밈을 만들고, 소비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오직 디시인사이드만이 그러한 휘발적 밈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전파에 성공하였다. 그 이유를 꼽자면 다른 글을 작성해야 할 정도로 많겠다만, 나는 반고닉 ㅇㅇ로 대표되는 디시의 익명성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네임드가 과도하게 빨리지 않고, 재야의 은둔고수 ㅇㅇ가 네임드 고닉보다 재미있는 드립을 칠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런 시스템이 존재했기 때문에 디시는 밈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청년과 이음은 아마 두번째 밈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혹은 혐오정서를 반대하는 우리 세대의 인터넷 유목민들에게 대안이 되어야만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하겠다만...

 

 아무튼, 유저는 휘발적인 밈의 파도 속에서 밈을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끔은 만들기도 해야한다. 다만 다른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밈이 외부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친목질'이 배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서로 싸우라'도 아니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도 아니다. '친목질'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만 아는 무언가'를 '우리만 아는 방식으로' 숨겨놓는 것에서 발생한다. 내가 보기에는 민갤 총선이 바로 그런 요소이다. '내가 좀 아는데'라는 것에 대해 '나만 알테니까 좀 알려줘'라는 식으로 소문이 전파되어 한 아이가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는, 그러한 상황이 친목질이 팽배한 커뮤니티 사이트 속의 뉴비에게 발생해서는 안된다.

 

 나는 대중문화 개방 갤러리에 '씹덕 마이너 갤러리의 좆목'에 대하여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거기에서도 강조한 것은 '알아도 모르는 척'을 개개 유저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에는 어떤 고닉이 '개혁반덕당'이네, 어떤 반고닉은 '통합씹덕당'이네,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될 것 같았으면 민갤에서 씹덕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놀이 아니냐, 즐기기만 하고 좆목으로 이어지지는 않게 관리 잘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놀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놀이에 어울리는 사람 중 어느 사람을 더 친하게 대할 것인가? 당신은 정말로 '개혁반덕당' 동지와 '그런거 모르는 뉴비'가 똑같은 싫은 소리를 낼 때, 전자와 후자 모두를 차단할 수 있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런 놀이가 없어도 내가 이전에 알던 고닉과 처음 보는 반고닉을 이미 민갤은 다르게 취급한다. 당신은 당신의 자제력을 너무나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들이 무조건 좆목 고인물 갤러리라는 결말을 걸을 것이라는 저주는 아니다. 되려 그러지 않았으면 싶은 하나의 의견 제시이다. 분명 위험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길을 피하라는 조언을 굳이 하는 이유는, 더욱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청년과이음도 그 성격상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당부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누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척 좀 자제하고, 누가 반가우면 제발 속으로만 생각해달라고. 이미 혹자는 이곳에서조차 그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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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지역을 알고 나이를 알고 아는걸 티내는 거, 좀 위험합니다
22.06.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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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갤이나 열우갤에도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과음 안오는 민갤러들이 이 글을 좀 읽었으면 하는데 민갤에 올렸다가는 대판 싸움날 것 같네요...
22.06.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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