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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을 기억하며

여름빛깔 여름빛깔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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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하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한편으론 순천에서 민정당계 당적으로 재선하고 첫 호남출신 당대표를 지낸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이었던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철저한 부역자로 탄핵 이후 재기에 실패한 무능한 정치인이죠. 씁슬하게도 박근혜 뿐 아니라 최순실까지 석방된 마당에 탄핵의 기억이 참 멀어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구태여 다 잊혀가는 이 사람을 다시 꺼내는 것은 위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입니다. 정치인 이정현을 규정짓는 말은 타 보수정치인과 다르게 '열등감'과 '구원'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정현씨는 다 알다시피 호남출신입니다. 대학도 동국대를 나왔는데, 물론 좋은 학교지만 판검사, 고위관료 출신들, 스카이출신들이 즐비했던 보수정당에서 그는 내세울 것이 하나 없었고, 철저한 2등 시민으로 살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직자로 일하던 그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15년간 휴일도 반납하고 매일 출근했다는 말이 있죠. 

 

그런 그가 어떻게 보수정당계 최초 호남 당대표가 되었을까요? 간단합니다. 박근혜씨에게 '간택'받았거든요. 그에게 그 사건은 지난 수십년간 멸시를 참아온 결과, 결국 따라온 달디단 '열매'였습니다. 정권 말기 비공개(?)단식을 시행하던 장면, 태블릿보도 초기에 땀을 뻘뻘흘리며 말도 안되는 논리로 변명하던 장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며 호언장담 하던 장면, 티비프로그램이 나와서 청년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청년 여러분 저는 당에서는 전라도놈이라고 욕먹고, 고향에서는 배신자라 욕먹으며 살았지만 당대표까지 되었습니다! 저를 보고 용기를 내십쇼!) 장면 등, 떼어놓고 보면 참 같잖고 우스웠지만 또 이정현씨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참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렇게 쉽게?)

 

그렇다고 그가 행했던 수많은 과오가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에 뜻이 있었다면 민주당에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었겠죠. 물론 호남 토호들의 단단하기 그지없는 벽을 그가 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건 선하지 않은 이에게 감정이입 하는 것은 여러모로 소모적인 일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대통령이 탄핵되냐 마냐 하는 판국에 티비프로 나와서 자기가 전라도 출신에 학벌도 최고가 아니라 무시당했었다고 울분을 토하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데. 박근혜에게 간택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당대표 나오자마자 몰락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참 복잡한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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