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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Jeans - OMG : 시작과 동시에 끝을 이야기하는 의지에 관하여

보름달위소피 보름달위소피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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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을 유지해라! 자리를 지켜라! 곤도르와 로한의 인간들,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눈에서 내 마음 속 공포와 같은 것을 보았노라!
인간의 용기가 꺾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친구들을 저버리고 모든 유대를 무너뜨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늑대들의 시간이 도래해, 방패가 깨어지고, 인간의 시대가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그 날이 아니다!
맞서 싸울 날이다! 그대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을 걸고 싸워라, 서쪽의 인간들이여!

‘우리가 언젠가는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이 오겠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거야. 가자, 지금 춤추자. 이 젊음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우리의 파티에 너를 초대할게.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괜찮아. 우린 너를 분류하지 않으니까. 이 이너 서클을 지탱해주는 건 바로 너야. 네가 해석하는 우리를 보고 싶어. 우리의 예술 세계를 지지해주는 단 한 명이 있다면 우린 계속 나아갈 거야. 우린 너의 추억이 되고 싶어. 마치 우리 이전에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선배들의 팬이 커서도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처럼 말이지.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사랑받을래. 함께 해줘.’를 이렇게 세련되게 노래하는 아이돌은 처음 봤다.

 

처음 나와서 Y2K 미국 하이틴 감성을 보여줬을 땐, “영앤리치 브이로거를 신봉하는 현재 세태에 Y2K 마케팅을 끼얹은 듯한” 위험한 욕망이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줄 알았더니, Ditto - OMG로 이어지는 미니 앨범에서는 이것을 뒤집어버리고 기어이 ‘아이돌에 대한 아이돌’이 되어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의 낙관과 유쾌함을 재현해내고야 만다. 미니 앨범 1집 때의 ‘그사세 속 무해한 인싸’는 ‘이상한 취미를 가진 모두를 포용하고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위버멘쉬’가 되었고, 이윽고 이별조차도 받아들이고 그대로 사랑하는 자세를 통해 듣는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한다.

 

사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굉장히 감동했다. (언젠가 닥칠 이별을 무시하며 앞으로만 달렸던) 선배 세대의 찬란함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동안 (팬을 자극할까봐) 다들 무시했던, 아이돌의 시선으로 팬들을 바라보며 세상의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것 역시 건강한 방식으로 해냈기 때문이다. 아이폰에서 글자 하나 바꾸면 아이돌이니 둘의 처지가 별 다를 게 없다는 자조로 시작해, “그런 거 그만하고 제발 좀 상담 받아 / 나랑 같이 놀자”라는 일갈로 끝나는 뮤직비디오의 전체적인 감정은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 그러니 날 좋아하는 너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 끝이 어떻게 되든 간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라고 당당히 고백하는 진심이 지배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팬에게 와닿은 것 아니겠는가. “나 서른이에요 오케이? 서른이면 여자친구 있어야죠” 이후로 저런 말을 할 아이돌은 안 나올 줄 알았더니, 뉴진스가 기어코 해냈다니. 이것도 90년대 감성의 연장선상인건가 싶은 동시에, 세상의 변화도 놓치지 않는 메타 아이돌의 숙명인건가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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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셉이 먹힐까 했는데 제대로 통하더라고요
23.04.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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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위소피 글쓴이
zerosugar
‘또래 사이의 인사이더’라는 컨셉을 OMG같은 방식으로도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충격적이었습니다.
23.04.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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