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짜기 실패, 그리고 어른의 부재.

네. 밤이 끝나고, 다시 또 하루가 찾아왔습니다. 씁쓸하기만 한 아침이 될 뻔 했으나, 김동연 후보가 일궈낸 역전극을 보니 좀 덜 씁쓸하네요. 김동연 후보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5:12. 저의 예상 범주 밖의 선거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두 자리수를 하냐, 못 하냐가 제 나름의 관전 포인트였는데 두 자리수 받고 두 곳을 더 내줬네요.

우선, 당이 선거 판짜기를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선거를 순전히 대통령 선거의 연장선으로 보고, 지지층만 결집하면 이긴다는 명제 하에 다가간 것일까요. 더 나아가서, 정말 0.7%만 개혁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을까요.

대선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이야기할 때, 검찰 선진화 추진을 빼고 논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검찰 선진화 추진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였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개혁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 한동훈 청문회에서 실책을 범함으로써 개혁에 대한 소구력을 많이 잃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층들, 더 나아가 저관여 성향의 지지층들에게는 와닿지가 않았던 것이죠.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만으로 선거를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이기려고 판을 짠 건 정말 오판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당에 어른이 없습니다. 선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다음에 또 이기면 되죠. 우리가 또 투표장 나가서 1번 찍으면 됩니다. 하지만, 당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건 앞으로 치뤄질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문제입니다.

두 비대위원장 간의 갈등은 제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과연 이 사회에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일까?', '나이와 짬밥으로 찍어 누르기만 하면 그게 어른인가?'

지금 일부 지지자 분들은 '이게 다 박지현 때문이다.' 라고 생각을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박지현 때문에 졌다는 주장에 머물면, 민주당은 서서히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 명을 역적으로 몰아서 욕하고, 죽이려 들면 당장 속은 시원하겠죠. 하지만, 그게 지속 가능한 대중 정당을 만들어 나감에 있어 도움이 될까요?

저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져서 실망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당내 기성 정치인들이 어른다운 어른의 역할을 못 했기에 실망스럽습니다. 3~4선씩이나 한 양반들이 당에서 어른 역할도 못 할 거면 이 사회에서 어른다운 어른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과연 소구력 있는 대중 정치인일 수 있을까요.

저는 민주당이 어른다운 어른들의 정당이 된다면 지속 가능한 대중 정당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민주당에 키다리 아저씨같은 어른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정치와 가깝게 지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