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혁과 관련해서(이탄희를 위한 변명)
요새 민갤에서 핫한 주제라 글을 써보았습니다. 민갤에 원글이 있긴 하지만 좀 더 칼럼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이번 총선 선거구제는 여당에서 소선거구제가 충분하다는 소리 나오는 순간 소선거구제로 확정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직접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군불을 땐 이후 영남 민심이 심상치 않으니까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도로 덮은 거죠. 쉽게 말해서 영남 토호 의원들 의석이라도 지키려는 겁니다. 국민의힘 현 상황상 대통령실의 재가를 받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렇다면 국힘을 제외하고 모든 야당이 합심해서 선거구제를 개혁하고 중대선거구제로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밀어붙였다가 위성정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과연 민주당이 이번에도 밀어붙여서 긁어 부스럼 만드려 할까 싶습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선거법 거부권 행사 안할거라는 보장도 없지요. 가장 큰 이유는 소선거구제하면 민주당이 전혀 불리할게 없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 그러면 이탄희 의원은 어차피 안되는거 왜 계속 당에 해가 되는 말만 하나요?
제 생각에는 이번 총선 선거법은 중대선거구제는 힘들고 비례성 강화와 같이 소선거구제의 틀 내에서 소수정당 의석 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정해질 것 같습니다. 이는 당연히 진보정당들에게는 원안(?)에서의 큰 후퇴나 다름없죠. 그래서 이탄희같은 민주당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계속 외쳐줘야지만 진보정당들이 저 안에 납득을 하고 민주당이랑 지역구 레벨에서 선거연대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민주당에서 '굳이 중대선거구제 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하고 그대로 선거법이 제정된 상황입니다.
한경오 등 진보언론사에서는 거대 양당끼리 야합해서 자기들의 의석을 늘렸다고 맹폭할 것입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기분좋게 그 논리를 받아쓰고 거기다 민주당의 책임을 부가시키면서 양비론을 펼쳐 정치혐오를 부추기겠지요. 어차피 국힘이 불리한 선거이므로 정혐층이 늘어나거나 진보에서 분열이 나는 일은 곧 국민의힘에게 이득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에서 중대선거구제 의견이 나오다가 소선거구제 및 비례성 강화 선에서 선거법이 통과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원안에서 후퇴했다고 반발이야 나오겠지만 진보정당이랑 지역구차원 단일화 협상에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생길 것입니다. '우리가 당내에서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는데 정부여당이 소선거구제를 밀어붙이고, 국민 여론도 있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우리가 소수정당의 의석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했다' 라고 말할 수라도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도권이야 진보정당 끼고도 민주당이 해볼만하지만 울산 동구, 북구, 창원성산, 거제, 연수 을 등 진보정당의 입김이 센 지역이나 부산 북강서갑, 청주와 같은 초접전지에서는 진보정당 후보자의 득표는 민주당에게 무조건 마이너스입니다. 특히 울산 북구 / 울산 동구 / 경남 거제 같은 경우는 진보당 조직력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무조건 지역구 레벨에서 단일화를 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선거법으로 인해 서로 사이가 안 좋다? 지역 단위에서 단일화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당장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으로 크게 뒤통수를 맞았던 정의당은 그 보복으로 민주당이 가능성 있는 온갖 지역구에 후보를 낸 것과 동시에 진보언론들+저관심층 여성들의 동정표로 비례 득표를 예상보다 잘 받았습니다. 이 관계는 이후 대선까지 이어져서 심상정 후보의 완주와 민주당의 0.7%차 패배에 영향을 끼쳤죠. 따라서 어차피 민주당-진보정당 교차투표 층이 상수로 존재하며, 정의당과 진보당 둘 다 뚜렷한 비토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정표를 만드는 행위 역시 민주당에게 손해입니다. 이런 측면이 있으니 선거구제 개혁 논의를 너무 안 좋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는 민갤에 올리지 않은 사견입니다.
2월 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로 지지자들이 의원들의 개인 플레이를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이 대놓고 이 대표를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심화되었고, 이 때문인지 당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의견이나 주류 목소리와 다른 의견의 표출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간혹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의원들을 '억까' 하는 경우도 꽤 보입니다. 어쩔 수 없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당내 민주주의의 실종이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지지자들의 손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 만큼 보기 마음아픈 것도 없습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지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함과 동시에 의견 수용 및 자제 부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cmt al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