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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은 왜 장애로 인식되지 않을까

문통최고 문통최고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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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장애 못지 않게, 어떤 정신질환 못지 않게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증상인데. 왜 말더듬은 장애로 인식되지 않는걸까요? 말더듬 때문에 고민이라는 말을 하면 주변에선 ‘차분하게 말해봐라.’ ‘머리속으로 문장을 생각하고 말해봐라’ ‘시간 지나면 좋아질거다’ 따위의 조언들을 하곤 합니다. 

 

근데요...제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조언하지 마세요. 이건 장애라고요 장애.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고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는 장애인데 무슨... 하긴 말더듬 갖고 놀리진 않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말더듬으로 10년 넘게 살다보면 느끼는게 있습니다. ‘말더듬은 고쳐지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할수록 증상만 심해진다. 따라서 평소에 최대한 다른 사람과 말하는 빈도를 줄여야 한다. 필요한 말만 최소한으로 해야 그나마 나아진다’ 

 

‘필요한 말만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말더듬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활발한 사회활동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미덕으로 치는 사회에서 말더듬으로 살아가는건 쉽지 않으니까요. 최대한 대인관계를 끊고, 말을 안 할 수 있는 학과와 직업을 선택해서 살아가야 그나마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걸 좋아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발표 대회에 나가서 여러번우승도 했던 사람이라 사실 타인과 대화하는 걸 끊는다는게 쉽진 않았습니다. 말이 잘 나오는것 같아서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꼭 말더듬 증상이 심해지는 걸 몇 번 겪은 뒤로는 대인관계를 완전히 끊으려고 했지만요.

 

말더듬이 생긴 이후로 스스로에게 ‘친구나 애인같은거 없이도 혼자서 잘 살 수 있어. 돈 아끼고 좋지 뭐‘ 따위의 세뇌아닌 세뇌를 했는데... 역시 잘 안 먹히네요. 타인과 대화를 못하니 혼잣말만 주구장창 하고요. 도대체 나 자신하고 대화한게 몇 년째인지( 아니 근데 혼잣말 할 때도 더듬으면 뭐 어쩌라는거냐 )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 사회성을 스스로 버려야 한다는게 말더듬의 가장 큰 아픔입니다. 누군들 친구를 안 사귀고 싶겠습니까. 누군들 연애를 안 하고 싶겠냐고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놀러다니고 친하게 지내는걸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내가 단순히 집돌이에 무기력한 인간이라 사람을 안 만나는 줄 아나. 사람과 대화를 못한다고요.

 

말더듬을 줄여보려고, 평범하게 대화해보려고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조금 말을 길게 하면 입에서는 단어가 안 나오고,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덜덜 떨면서 말하는 경험을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이 했는데... 말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를 다니고, 사람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나마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대인관계 다 끊고, 쉬는 날엔 최대한 집에 박혀있는건데. 나라고 이게 좋아서 이러는줄 아나. 글 쓰다보니 갑자기 울컥하네요. 성정체성이 소수자인 것도 억울한데 왜 말더듬까지 생겼냐고... 진짜 왜 이따위로 태어났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네요.

 

제발 말더듬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매우 큰 지장이 있는 장애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평범하게 다른 사람과 대화한게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하긴 혼잣말 할 때도 더듬는데 타인과 대화는 어떻게 하겠어요. 우울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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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신경성이 많다고는 하던데 마음 편히 가지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쉽겠나요ㅠ 힘내세요
23.05.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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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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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sugar
그냥 하도 답답해서 써봤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23.05.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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