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왜 자꾸 '결혼해서 아이 낳는거'에 집착할까요? 사람들에게 온갖 부담을 주는 결혼제도를 왜 고수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전 완전 어릴 때부터( 대략 초 1-2 ) 결혼제도의 폐해를 직접 겪은터라... 결혼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거든요. 엄마랑 아빠만 친할머니-할아버지를 모시고, 아빠의 동생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정말 아무것도 안 했었죠 ), 명절 날 할머니 집에 가면 항상 엄마만 일하고, 엄마랑 아빠는 친가 문제로 자주 싸우고... 부모님이 이러시는걸 너무 자주, 오래 봤습니다.
그나마 최근까지는 친가에서 제사를 안 지냈는데, 제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친가문제가 더 심해졌습니다. 제사를 저희 집에서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하고, 지냈거든요. 심지어 작년 추석엔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셨는데도 꾸역꾸역 부모님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저한테 말했을 땐 솔직히 기겁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별 관심도 없던데 )
그 뿐인가요. 성격과 취향이 다른 사람이 만나서 산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건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저한테 툭하면 '너희 아빠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를 말하시고, 아빠는 툭하면 '아빠는 우리 아들만 믿는다'를 연발하셨죠. 저만 맨날 중간에 끼여서 곤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지금도 전 부모님이 사이가 좋은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랄까... 친함을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자기 감정을 속이는 느낌이랄까... 왜 엄마는 아빠 앞에선 항상 웃거나 좋은 말만 하고, 내 앞에선 아빠가 이상하다고 말하는걸까... 지금도 전 이게 의문입니다.
며칠 전에 본 시사기획 창 '연애하지 않는 사회'에서 한 시민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은 내가 처음보는 가족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라고. 진짜 백만번 공감합니다. 난 애인을 사랑해서 이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은건데, 왜 때문에 애인 가족들과 줄줄이 엮여야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일단 어떻게든 청년들을 만나게 하면 된다'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전 솔직히 이 해법에 동의 못하겠어요. '일단 아무튼 이성끼리 만나서 결혼하면 문제가 해결될거다'라는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잘 알거든요.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아무튼 부모님이 소개시켜주는 사람이니 대충 만나서 연애하다가 결혼해라? 글쎄요... 저희 부모님이 그렇게 결혼하셨는데, 솔직히 이렇게 결혼하는게 좋은 문화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안하는게 단순히 좋은 사람이 안 생겨서? 눈이 높아서? 아닙니다. 결혼제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몸소 겪어서 그래요. 본인 부모님의 모습, 주변 사람의 모습, 인터넷과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 등등... 어른들이 '결혼을 해야 좋은거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가 보이니까 결혼을 안하는겁니다.
지금처럼 '이성끼리 결혼해서 아이 낳는것만 정상'인 사회를 유지하면 저출산 문제는 영원히 안 풀릴겁니다. 그렇다고 저출산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제대로 연구하는 거도 아니던데... 제발 결혼에 대한 이상한 고집과 집착 좀 버리세요. 청년들 탓하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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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급변한거에 비해 사람들 의식이 아직도 전근대에 머물러 있죠.
결혼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하는 전근대 농경사회적 마인드와 결혼 같은 관혼상제를 가문의 영향력 과시수단으로 생각하는 마인드. 이 두가지 마인드가 지금 한국의 출생률 감소와 젊은 사람들의 연애결혼 기피풍조에 일조한단거를 기성세대들도 알아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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