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지금의 제사 문화는 참 요상합니다
지금까지 제사 지낼 일이 없었는데 몇 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어쩌다 보니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근처 연화장에서 돈 주고 제사상 구매해서 제사 지내고 있는데...( 아 물론 돈은 우리 집이 몽땅 내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제사 문화는 참 이상합니다.
다른걸 다 떠나서, 제사상 자체가 전 이해가 안돼요.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거나, 적어도 생전에 싫어하던 음식은 안 올려야 맞는거 아닌가요? 저희 할머니는 생전에 생선을 안 좋아하셨는데 항상 제사상을 보면 생선구이가 올라가 있더라고요.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생전에 좋아하신 음식이 있으면 피자나 치킨같은거 올려도 된다는데.. 근데 왜 항상 제사상은 똑같은건지... 그리고 도대체 저 기원을 알 수 없는 제사상은 왜 나온건지... 지금의 제사 문화야 말로 역사학계에서 얘기하는 '만들어진 전통'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제사문화도 아니고, 명망있는 집안에서 자주 쓰던 제사상도 아니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박정희 시기를 거치며 변질된 문화가 '전통'인 것처럼 둔갑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리고, 사실 제사라는게 만나서 제사상에 절 몇 번하고 끝나라는게 아니잖아요. 모여서 돌아가신 분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오랜만에 모여서 맛있는것도 먹고 친척들끼리 친하게 지내라는 의미일텐데...
형제 자매 중 특정 누군가가 돈이며 노력이며 다 쏟아부어서 제사 준비 다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여서 절 몇 번하고 끝낼거면 뭣하러 제사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사음식도 고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 그냥 일반 제사상이던데.
아무쪼록 지금의 제사문화는 뭔가 뒤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나아가서 명절 문화까지도요. 지금의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나아가서 연애까지 안하게 되는 원인 중에 명절 문화와 제사 문화가 있지 않을까요?
세상이 바뀌었으면 그에 맞는 명절문화와 제사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친하지도 않은 사람끼리 매년 모여서 억지로 제사를 지내고, 술 마시며 친한 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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