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공놀이와 숫자놀음 사이
네. 저는 사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서 툭 하면 벌어지는 선수 비교 논쟁이 정말 꼴 사납습니다. 무작정 숫자만 가지고 선수를 논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야구의 본질은 숫자놀이가 아닌 공놀이인데 말이죠.
저도 원래 야구선수들의 기록을 찾아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만, 요즘은 예전만큼은 덜 찾아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공놀이를 보는 건지, 숫자놀이를 보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해서 그런가 싶습니다.
특히 누적에 대한 과대평가가 참 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도 모 게시판에서 벌어진 선수 비교 논쟁을 보니 참... 비교 대상에 오른 선수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수라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누적 기록만으로 야구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 기록과 그 정도 해외 리그 기록은 별 의미도 없다는 말은 덤이고요. 그러면 수상 따지고, 해외 갔는지 안 갔는지 따지지 뭘 따지나요?
그렇게 누적만 따지고, 해외 기록에 대한 제단질까지 해서 선수를 평가한다면 비율과 누적 기록 모두 훌륭한 양준혁이 KBO 역사상 최고의 타자죠. 아 물론 그딴 숫자놀음 안 해도 양준혁은 KBO 역사에서 손 꼽히는 훌륭한 타자입니다만, 야구를 일개 숫자놀음 쯤 보는 사람들은 꼭 통산 WAR이 어쩌니, wRC+가 어쩌니, 쟤는 쟤보다 통산 더 많이 쌓았으니 더 훌륭한 선수니, 요즘 누가 수상 기록을 보냐면서... 글쎄요. 저는 아직 수상 기록 보는데요?
과연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는 걸까요.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깟 숫자놀음에 열광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