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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y8 프로필 보기 8by8

세상은 공부 말고 다른 게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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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꼰대같은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쟤도 아직 20대인 주제에 뭔 세상 다 산 듯한 개소리 하냐고.


저의 학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저는 공부와 인연이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애매한 존재였습니다. 공부를 막 못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잘 한다는 소리 들을 수준은 아니고, 역사만 파는 희한한 놈 정도 되겠네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모의고사 상승세 하나 믿고 정시 노렸다가 수능에서 엄청 미끄러져서 원하는 대학을 못 갔죠. 수시는 내가 아닌 나를 만드는 자소서 시스템의 지랄맞음이 싫어 아예 내지도 않았었고요. 결국 저의 행선지는 적성에도 안 맞는 전문대 자동차과... 대학교 1학년 시절인 5년 전에는 그냥 서울 대구 오가면서 바람 쐬는 낙으로 살았었어요. 그러다 군대를 갔고, 백령도에서 짱박혀 있다 보니 전역과 함께 찾아온 팬데믹 시대. 사실 저에게는 어쩌면 팬데믹이 기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팬데믹이란 핑계로, 복학도 일도 안 하면서 나를 찾으러 다녔거든요. 그러면서 맥주 양조라는 취미가 생겼고요.

맥주가 취미가 된 지도 벌써 2년이 됐네요. 그 사이에 취미를 차후 직업으로 생각도 했었고, 그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네요. 그러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직업으로는 포기를 했고, 꼬인 매듭을 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름도 바꿨습니다. 이름이 바뀐 후에는 우울증도 찾아왔고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약을 먹고 있습니다.

항우울제를 여전히 먹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이전만큼 제 자신의 삶이 절망적이진 않습니다. 공부와 거리가 먼 놈이었지만, 그래도 내 삶에서 무엇이 재밌는 지도 찾았고, 또 작년부터 몰아쳐온 파도들을 거쳐오며 나 자신이 좀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요.


아직 학생이신 청음러 여러분들. 못난 제가 꼴에 얼마 더 살았다고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충분히 아름다워요. 그깟 내신, 수능, 모의고사 등급이 당신이란 인격체를 판단할 수 없으니. 그러니 절망에 빠지지 마세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한 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힘내자. 그래도 우린 아직 어린 나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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