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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새로운 클딴"을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알렉산드르_뷰코크 알렉산드르_뷰코크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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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은 한국 인터넷의 태동기에 매우 큰 반사이익을 본 당이다. 스스로가 프로그래머이기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지지자들과 인터넷으로 소통하였고,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노사모를 만들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이끌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서프라이즈, 딴지일보, 클리앙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민주당의 중핵 4050의 든든한 요새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인터넷의 역사는 어느 시점까지는 민주당의 역사였다.

 

 팟캐스트의 시대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지지층은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명박근혜 시절 그 '엄혹한 시기'를 버텨낼 원동력이 되었던 이동형이나 김어준을 위시한 친 민주당 논객들의 팟캐스트 방송은 분명 지지층의 확장 내지는 결속에 도움을 주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초창기에는 민주당 지지층들이 자리를 잡았고, (문파라는 족속이 생겨난 것과는 별개로) 지금도 SNS는 적어도 '먹혔다'라고 보기에는 나름 민주당의 이름을 달고 소통하기에 어렵지는 않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을 단순하게 친민주, 친국힘으로만 분류한다면, 4050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적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2030에 대한 인터넷 여론전의 측면에서 민주당이 큰 불이익을 안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디시인사이드와 FM코리아, 일간베스트와 같은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용층이 우리 세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많아봤자 우리 세대의 3~4할을 차지하는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심부의 4할이 주변부의 6할을 물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가 생성하는 천박하고 혐오스러운 밈은 '유머'의 형태로 포장되어 주변부에 전달되고 큰 문제 없이 수용된다. 거부감을 느끼는 개인은 '웃지 못하는 찐따'가 되어 소외된다. 그래서 개인은 침묵하거나 홀로 있기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 당장 그것이 '쿨'하다거나 '유머'를 담아서라던가, 혹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탈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부엉이에듀를 비롯한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을 향한 수많은 악의적 합성물의 제작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인터넷에서 밀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밈은 심지어 초등학교에까지 퍼진다고 한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민갤 개념글에서 한 초등학생이 페미니즘에 대한 서적이 도서관에 있다는 것에 분개하는 글을 보았다. 그 아이는 페미니즘에 대해 그저 '나쁜 것' 이상의 논리를 펴지 못할 것이다. 나쁘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남성차별을 한대서요' 이상의 의미 있는 대답은 듣지 못할 것이다. 그 아이가 '페미니즘을 욕해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해서 얻어낸 결론이 아닌, 인터넷 공간에서 소모되는 거부감 없는 밈에 노출된 결과 그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노무현 세 글자만 보이면 웃어버리는 밈은 어찌 보면 똥, 오줌을 듣고 웃는 유년기의 생태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합성물과 밈이 쉽게 이해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디시인사이드에선 이러한 초등학생들을 'MH세대'라고 부른다. 조기교육을 받았다며 칭찬하기도 하더라. '잼민이'라는 혐오 표현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잼민이'스러운 유치함을 조기교육의 결과라고 칭찬하는 모순된 양가성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말 '조기교육'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차별적인 밈의 난사에 민주당이 전혀 대응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다면 노무현 정신은 순식간에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라 '이것이 노무현식 스웩'이라는 합성물의 대사가 될지도 모른다.

 

 당이 2030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악질적인 행태에 대해 반발력을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집단이 자생할 수 있는 수준의 결집과 소통 창구는 당이 보장해야만 한다. 2030의 민주당 지지자는 투표 성향에 있어서는 강성일지 몰라도 온라인, 오프라인 양쪽에서 소통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낀다. 이 고독감은 당과의 소통에 대한 갈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오프라인에서의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을 갈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당원에게만 이러한 소통의 기회가 주어져서는 안된다. 폭력적이고 소모적인 밈으로부터의 노출을 피하고 싶다면 그 누구라도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은 그것을 경청하여야만 한다.

 

 밈에 밈으로 맞붙으면 결국 파국을 낳을 뿐이다. 내가 '중력절'이라는 역겨운 단어에 가급적이면 '탕탕절'이라는 미러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파국을 피하고 싶은 어느 정도의 의사표현이다. 하지만 디시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가벼운 밈 소비를 지향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단문 커뮤니티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과이음이 새로운 커뮤니티로서의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더불어민주당 마이너 갤러리의 대피소 내지는 순한맛 버전으로나 사용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당은 어떻게든 지역조직을 동원해 풀뿌리부터 소통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양성을 도모하였으면 좋겠다. 단순히 새로운 민주화 세대가 나타나 새로이 '클딴'을 만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개인 사이의 따뜻한 연대를 통해 혐오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비로소 2030과 그 밑세대에 깔린 혐오의 정서를 극복하고 민주시민의 연대와 배려의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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