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무서워하면 안된다?
이건 또 누가 한 말이냐고요? (한 때) 국어 1타강사였던 모 강사님이 강의 중에 하신 말씀입니다. 한겨레에서 전세 사기 관련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저 강사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대출을 너무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던데, 그럴 필요 없다. 예를들어 자취를 할 때도 매달 월세 내는 것보다, 대출 받아서 전세 들어가는게 더 낫다. 대학에서 자취하는 몇 년 동안 싼 이자(이때는 저금리)만 내다가, 대학 졸업하고 자취 그만할 때 전세금 받아서 대출 갚으면 되는거 아니냐"
그렇대요. 저도 전세 사기라는 걸 듣기 전까진 이게 맞는 줄 알았죠. 여기에 더해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에 들어간 뒤 대출 받아서 집 사는게 무조건 좋은건줄 알았고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하지만.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전세 사기 가능성을 배제하고 봐도, 대출은 무서워해야 하는게 맞지 않나요? 빚없이 내 돈으로 월세 내며 집에 사는거랑, 아직 돈도 별로 없는데 몇 천 대출 받아서 이자 걱정하며 사는게 같나요?
이자가 싸다고요? 우리가 일본인가요? 영원히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사회게?( 물론 일본도 요즘 금리가 오른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속내를 따져보면 좀 복잡하긴 하지만 )
지금처럼 금리 오르면 어떡해요? 전세 사기 당해서 보증금 못 받으면 어떡하죠? 대학생이면 계속 부모님에게 부탁해야 하나요? 사회초년생이면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전부 다 이자로 나가야 하나요?
아니, 그리고 왜 학생들이, 강사들 말로는 '사회 경험을 안 한' 애들이 대출을 무서워하겠냐고요. 생각을 좀 해보라고요. 맨날 대치동에서 강의하니까 현실 감각이 없어졌나.
제가 저 국어강사를 참 좋아합니다. 다른 강사랑 달리 국어 비문학을 스킬 없이, 구조 분석 없이 그냥 곧이곧대로 읽으면서 풀라고 강의하는 사람이거든요. 강의도 참 잘하고 다 좋은데... 가끔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세상은 1%와 99%로 나뉠거다. 너네는 어디에 속할거냐. 혹시 99%에 속해서 매일 닭다리에 맥주 한 잔으로 만족?' 이 발언은 너무 충격적이라 잊혀지지 않네요. 제발 세상을 알려준답시고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진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