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20대 1번남

분명 20대 1번남은 존재합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늘 20대 남성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높으니까요. 따져보면 그 수도 꽤 많은거죠. 각종 현안에 대해 물어보면 20대 남성층에서도 늘 진보적인 대답이 훨씬 우세합니다. 이걸 보면 ‘요즘 이대남들은 일베화됐다’가 얼마나 무식한 소리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근데, 몇몇 시사방송인들은 이걸 모르나 봅니다. 2대남에도 1번남이 있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커뮤니티가 이대남을 대표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네요. 커뮤니티 눈팅한게 전부면서 ’난 이대남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라고 믿는것 같아요.

이런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할 언론은 오히려 이걸 부추기고 있으니... 몇 년 전에 언론이 말도 안되는 페미니즘 기사 남발했던게 생각나네요. 그 때도 극단적인 여성 커뮤니티 얘기만 퍼나르면서 기사를 썼었죠. 그것 때문에 저도 한동안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고요.

‘이대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이대남의 생각이 어떤지 여론조사 결과는 언급하지 않고, 커뮤니티 반응만 퍼나르면서 기사를 쓰고, 이걸로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거죠. 그리고 아직 정치성향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20대들을 보수로 끌여들어서 보수가 영구집권하는걸 꿈꾸는 것 같습니다.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는 말 안해도 아실 겁니다. 막상 여론조사 하면 20대 남성층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니까요. 그들의 생각도 이미 진보에 가깝고요. 근데 왜 우리 눈에는 극우 이대남만 보이는걸까요?

 이건 제가 몇 번 말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20대 1번남들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낼수가 없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문통 시절로 돌아가보죠. 온라인에서 ‘난 문재인 지지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어떻게 됐죠? 입에 담을수도 없는 온갖 혐오표현이 댓글에 달렸죠. 고작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그럼 오프라인은요? 이게 참 이상한게 분명 여론조사에선 20대 1번남이 꽤 있다고 나오는데, 정작 내 주변에는 보수 20대 투성입니다. 여기서 문재인 지지한다라고 말했다간? ’너 대깨문이냐‘ ’문재인 ㄱㅅㄲ해봐라. 못하네? ㅋㅋㅋ‘ 이런 취급을 받겠죠.

아, 참고로 위에 저 말은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만난, 사실상 지금 연락하는 유일한 친구인데 저 말듣고 짜증나서 저 이후론 연락 안하고 있어요. 갑자기 친구한테 전화해서 ’문재인 때문에 경제가 망했다‘라고하길래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안 좋은거야‘라고 대답하니까 친구한테서 저딴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20대 1번남들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죠? 아니, 도대체 어디서 제 생각을 표현해요? 민갤도 2019년에야 생겼는데? 그리고 애초에 커뮤니티 안하는 20대가 얼마나 많은데, 무슨 근거로 커뮤니티 눈팅이 20대를 알아가는 과정인가요? 

이러니까 작년 대선 막바지 때 1번남 밈이 나오니까 20대 1번남들이 미친듯이 인터넷에 글을 쓴거죠. 그동안은 이재명을 지지해도 표현할 장소도, 방법도 없었으니. 개인적으로 이재명 갤러리에 올라온 ‘이대남인데 언어를 찾은 기분이다’라는 글을 참 좋아합니다.

또 하나, 지금 20대가 얼마나 바쁜데요. 대학 공부, 남자면 군대, 취업 준비, 사회초년생 생활 등등으로 현생에서 해야할 것 투성이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장소도 없으니 당연히 20대 1번남의 생각은 드러나지 않죠. 분명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대남’ 타령하는 인간들이 바뀔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고 발언을 고칠거라 기대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커뮤니티가 모든 이대남을 대표하는게 아니라는거 만큼은 제발 몸으로 느꼈으면 좋겠네요. 말로만 지껄이는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