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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기존 문서

일본 여행 중에 들었던 꽤나 인상깊었던 말

알렉산드르_뷰코크 알렉산드르_뷰코크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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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시가 끝나고 겨울에 관서 여행을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고베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틀차, 히메지와 오카야마를 둘러보고 교토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오카야마에 있는 매우 아름다운 정원 '고라쿠엔'에서 들은 말이다.

 

고라쿠엔 입장 티켓을 끊자마자 어르신들께서 자원봉사 명목으로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붙잡으셨다. 외국인이라고 하니 조금 당황하셨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단어는 따로 질문을 드리겠으니 가이드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드렸다. 일흔 남짓 되어보이는 노신사께서 살짝 고민하시다가 결국은 안내를 맡아주셨는데, 이 결정이 내 인생에서 꽤나 의미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가지 메세지가 있었지만, 사실 그 가이드의 가장 끝에서 들은 이야기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 것 같다. 고라쿠엔의 구석에 있는 일본식 궁도장을 보면서, 여기서 사무라이들이 활쏘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사무라이도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한국의 무인 계층처럼 궁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인들도 양궁을 잘 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 궁도의 활에 대해서까지 말을 나누게 되었다.

 

'한국인들과 서양인들은 도구를 개량함으로써, 합리적인 사고로 평균적인 인간이 써도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하지만 일본인은 보다 정신적인 측면,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양이라는 측면을 중요시합니다. 그게 궁도가 계속 전통적인 활을 쓰는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그 노신사와 나 사이의 대화는 매우 철학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대화만큼은 지금 곱씹어도 나름의 맛이 있다.

 

무엇이 낫다에 대한 판단보다는, 인간의 본성 중 대립하는 성질의 것들에 있어 어떤 태도로 그것을 마주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숙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가 극단으로 가면 인간을 도구로 여기게 되고, 정신론이 극단적으로 부각되면 일본군과 같은 광기로 이어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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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방식이 근복적으로 차이가 있다는게 확 와닿네요. 통찰력을 가진 노신사신듯. 어느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을거 같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화네요.
23.03.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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