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고 난 뒤 - 2. 논란을 자초한 경선들
https://www.youtube.com/watch?v=s3uPXokhpnA
bgm으로 같이 들어보시면 나름 괜찮을지도??
지난 주제였던 1. 양과 김은 그나마 데이터가 있었기에 나름 편하게 논지를 전개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글은 솔직히 말해서 데이터로 풀어나가기 힘들다. 공천이나 경선의 데이터는 극소수의 당직자를 제외하고는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글은 있었던 일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또한 이 글은 민주당이 부족했던 점을 짚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좋은 점은 다들 민갤이나 유튜브에서 귀에 따갑도록 들으셨을 것 아닌가, 미리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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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천 과정 초반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무래도 '비명계' 현역들 vs '친명계' 신인들의 구도였다.
그 중 '내가 ㅇㅇ를 낙선시키겠다' 고 선언하면서 자객 공천을 선언했던 후보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현근택, 양문석, 강위원이 있다.
물론 꼴도 보기 싫은 몇몇(특히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사들을 꺾기 위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했어야 했냐고? 21대 총선 강서 갑 민주당 내부경선의 사례를 보자.
당시 금태섭은 민주당 내에서 검찰개혁에 대놓고 반기를 들며 온갖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끌고 있었는데, 그 강도가 가결파들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를 저격하기 위해 정봉주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은 그에게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후 김남국 당시 변호사가 신청을 했는데, 조국 선거라는 논란이 일자 당에서는 김남국 변호사를 안산으로 내려보내고 강선우 전 부대변인과 2인경선을 붙였다. 당연히 금태섭은 압도적으로 패배하였다. 금태섭을 구명해주려는 언론들의 노력이 참으로도 눈물겨웠지만, 여성가산점을 떼고도 압도적으로 발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밑천은 드러나버렸다.
물론 정봉주, 김남국이 상대로 나왔어도 금태섭은 경선에서 져서 퇴장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과 강선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언론에 익히 알려진 사람들이었고, 친민주계 유튜브에 많이 출연해서 권리당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놓았다. 그러나 강선우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정봉주나 김남국이 강서 갑에 공천되어 금태섭을 밀어냈으면 금태섭은 비주류라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쫒겨난 희생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명인 강선우한테 탈탈 털림으로서 금태섭의 이미지는 희생자에서 무능력자로 바뀌었고, 제3지대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공천과정에서도 21대 총선 강서 갑 경선과 같은 방식의 의사결정이 작동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구설수가 없는 후보를 택하고, 생길 수 있는 잡음과 논란을 미리 방지했었어야 한다.
그렇게 가결파들을 날리고 싶었다면, 친명계 중에서도 구설수가 별로 없는 인물들이나, 뉴페이스 중심으로 갔어야 했다. 물론 당에서 강위원과 같이 논란이 있는 사람들의 출마를 많이 자제시키긴 했다. 그런데도 굳이 충분히 논란거리를 가지고 있던 분들을 내세운 결과(아마 친명 원외그룹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던 것 같다), 몇몇은 악재로 돌아왔고, 강북 을은 후보가 3번이나 바뀌는 끝에 박용진은 희생자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강북 을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기로 예시를 들어보자. 정봉주 전 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미투를 제외하고도 여러 막말 논란이 있었기에 애초에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았어야 했던 사람이다. 말 한마디로 21대 총선에서 기세등등하던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을 깎아먹은 전적도 있었지 않나. 어쨌건 정봉주를 컷오프시키고 박용진 vs 이승훈의 구도를 만들었으면 박용진은 높은 확률로 금태섭의 길을 밟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관위의 누군가가 정봉주를 살리고 싶었는지 3자경선 후 결선을 치르는 바람에 이승훈보다 인지도가 높은 정봉주가 후보로 결정되었고, 막말 논란이 터지면서 그의 공천은 취소되었다. 이후 조수진 변호사가 박용진을 또 꺾고 후보로 결정되었으나(이 과정에서도 강북을 100%로 했어도 박용진은 감산 때문에 넉넉히 탈락이었지만 갑자기 권당투표가 추가되었다.) 그녀의 공천 역시 번복되었고(다만 이 경우는 가짜뉴스가 원인임을 밝힌다) 결국 한민수가 갑작스레 공천되며(심지어 한민수는 자기에게 투표도 못 했다) 길고 긴 강북을 사가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박용진은 세 번이나 죽으며 상대 당의 후보들이 모두 자신의 사진을 선거공보에 사용할 정도로 희생자의 이미지를 얻었다.
이 외에도 많다. 조정식에게 3연 단수공천을 줘서 3선 시흥시장을 지냈던 김윤식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기도 했고, 경선만 하게 해 주면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던 홍영표가(어차피 경선딱이었음) 경선 기회도 못 받자 탈당을 하는 일도 있었다.(이건 홍익표 원대가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어차피 결과가 바뀌지 않을 지역들이긴 하지만, 경선을 굳이 생략하고 언론의 ‘친명 횡재’ 프레임에 왜 더 장작을 넣어줬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은평 을의 김우영 당선인이다. 그는 현역 강원도당 위원장직을 가진 채로 은평 출마를 준비하다가 당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고도 출마를 강행했고, 당선되었다. 도대체 총선 100일을 앞두고 다른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직을 내려놓는 도당위원장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치 도의에도, 문법상으로도,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민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이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의 출마는 제한받지 않았으며, 끝내 은평 을에서 당선되었다. 만약 필자가 강원도민이었으면 ‘아무리 강원도가 험지라지만 이건 진짜 강원도를 버리는 패로 보는 것 아닌가?’ 싶었을 것이다.
예시를 참 많이도 들었지만, 결국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나도 내부총질러들 싫고, 바꿔야 할 필요성에도 공감하는데, 왜 굳이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이 사람들로 바꿔야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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