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마비와 정당해산 드립은 적당히 걸러들으세요
물론 현행법상 정당해산 심판의 주체는 정부고, 윤석열 정부가 맘먹으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건 아닙니만, 그건 아무리 정치적 분별력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전혀 현실정치를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헌재소장과 재판관까지 9명 모두 어찌저찌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보수들의 입맛에 맞는 법조인들로 모두 채워넣었다고 해도 말이죠.
일단 정당해산을 해서 정당 하나 날린다는거 자체가 정부 입장에선 대단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는겁니다. 정당이란게 뭡니까?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필수요소입니다. 그 상징이자 필수요소를 민주주의 질서하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날려버린다고 한들 정말 정당이 현행 민주주의 질서에 역행하고, 더 나아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과 위해를 가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합니다. 쉽게 말하면 쟤들은 정당이 아닌 심하게 말하면 탈레반이나 해즈볼라같은 "불법테러집단"라는걸 정치인들, 학자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이 수긍할 정도로 충분한 명분과 증거가 있어야 하는겁니다.
그럼 그 명분과 증거는 만들면 되지 않냐? 어차피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당해산의 요건은 명시안되어있는데? 그래서 그건 이미 박근혜 정부가 현 진보당의 전신이라 할 수있는 통진당 상대로 보여주지 않았냐? 이렇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지만, 그 박근혜 정부도 그 당시나 지금 관점에서 봐도 그저 '한줌'치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통진당 하나 해산하고자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이명박 정부때부터 오랜세월을 계속 종북단체 임을 명분작했고, 그걸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것도 이석기의 녹취록이란 "물증"이 구체적으로 나온 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황교안 총리의 건의로 이뤄진 통진당 정당해산은 정당해산청구때부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고 보수들 조차도 통일된 의견을 못보여주고 갑론을박(통진당은 종북단체이고 당 전체적으로 이적행위 저지른거 맞으니 해산시켜야 한다 vs 그래도 굳이 해산까지 시킬 필요있었나)이 벌어졌죠.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 박근혜 정부의 그 조치가 맞았는가 헌재의 판결이 정당했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논쟁중이고요.
의석수 한자리수에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져가던 정당 하나 해산청구해도 이 정도인데 만약 189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로 정당해산청구? 아니 제1야당이 민주당이 아니라 애매한 위치긴 하지만 교섭단체에 거의 근접한 조국혁신당 상대로만 청구해도 국가전체적으로 벌어질 파장의 크기는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겁니다.
앞서 설명했던 당장 보수들이 절대 다수의 의석을 넘어 입법, 사법, 행정 모든 권력을 다 점령했던 보수 전성시대인 이명박근혜 정권때도, 국정원 부터 시작해서 검경, 심지어 사법부 등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서 의석수도 거의 없고 정치동아리 소리 듣던 통진당 하나 없애는데도 저 정도였고 그마저도 국가 전체적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는데, 지금 윤석열 정부보면 거대야당을 정말 정당해산 시킬수 있을 정도로 국가기관을 총동원해서 주작으로라도 헌재판관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조차 당장 해산에 찬성하는 여론을 우세하게 만들 정도로 구체적인 증거를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낼 꼼꼼함, 그러기 위해 국가기관을 총동원해서 일사분란하게 작전을 짜고 지휘할 정도의 지휘력 등 역사적으로 길이남을 수준의 정치적 수완이 있을까요? 지금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 총동원해도 출범 3년이 다 되가도록 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수사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정권이요?
윤석열 정부의 여론이 설령 박근혜 탄핵정국 수준으로 나락으로 가고 100만이 아니라 1000만 시민이 나와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촛불을 들고 전국에서 탄핵 외치는 상황이 발생해서 궁지에 몰리면 원래 앞뒤 안재는 윤석열 정부가 최후의 발악으로 그럴 지도 모른다, 원래 윤석열이 그런 복잡한거 신경쓰고 일했나 지 수틀리면 감정 그대로 행동하는 특성상 헌재 보수우위로 채워놓고 헌재 겁박해서 충분히 인용되게 만들수 있다 할텐데, 그런 논리면 보수가 지금보다 더 강대했을 이명박근혜때 왜 안했답니까?
그리고 민주당 정도되는 거대야당을 그런 식으로 날린다고 하면 당장 미국부터 가만히 안 있을거고, 윤석열 정부에게 민주당을 해산의 구체적인 경위가 뭔지 설명하라 할텐데 거기서 윤석열 정부가 설명 못한다면요? 이건 국민들이 대거 촛불 드는걸로 끝날 사안이 아닐겁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선 국정운영의 제1야당을 날린다고 하는데, 그럼 최소한 189명의 의원들과 수만명의 당원들이 하나같이 구체적으로 내란같이 국가를 전복시키고자 할 음모를 기획했고 그걸 실제로 실행에 옮길라고 했단 "물증"을 대야하는데, 이쯤됨 민주당이 거의 IS나 헤즈볼라급으로 국가단위의 군사단체 수준은 되야,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암살할라고 기획했다든가 대통령실에 직접 테러를 감행하고 군대 동원해서 쿠데타 일으켰다는 수준에 구체적인 증거는 나와야 미국이나 서방세계가 수긍할겁니다. 안 그럼 이건 미국이나 다른나라가 볼땐 윤석열이 1인독재하고 싶어서 친위쿠데타 일으키고 야당들을 말살하려 드는걸로 안보일텐데 외교적 압박 수준을 넘은 강도높은 국제적 제재가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윤석열이 헌재 장악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민주당도 헌재의 힘을 빌어 정당해산 시킨다는건 '근거'가 없습니다. 계엄령은 이미 문건이란 근거가 나왔었고, 그 당시 주역이었던 조현천같은 사람들이 무혐의로 풀려났고,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 통해서 여러경로의 첩보를 통해 입수하였다고 나온 말들이고, 무엇보다 현행 헌법상의 취약함(계엄해제의 실질적 요건 미비 등)과 헌재 심판등의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유사시 정부가 얼마든지 거수기 수준의 국무회의만 거치고도 기획, 실행에 옮길수 있단 점에서 충분히 지지자들도 걱정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헌재 장악과 민주당 정당해산썰은 구체적인 정황증거와 야당 의원들의 첩보에 기반한 발언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근거라고 내세울수 있는 것들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물론 정권창출이 불가능해지고 궁지에 몰리면 국면전환한답시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윤석열 정부라지만, 그 쪽 입장에서 뭔 짓을 해서든 정권사수를 해야하면 더 간편한(?) 계엄령을 발동하지 뭐하러 복잡한 정당해산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사법부도 못믿겠다 결국 윤석열과 한패다 그 감정에 기반한 불안감의 발로, 이번 헌재판관 추천때 국민의힘에게 밀리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인거 이해못하는 바는 아닌데 그래도 아직 확실한 뭔가가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굳이 이런 얘기할 필요는 없다봅니다. 당연히 이런 거와 별개로 이번 헌재판관 국회몫 추천에서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잘 처신해서 국민의힘에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하는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