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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나치 청산에 대한 제 의견

Cristal Crista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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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한국의 친일파 청산을 프랑스의 전후 나치 부역자 청산과 비교하는 의견이 보이는데, 저는 "왜 프랑스처럼 못 했냐" 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건 잘못되었다 생각합니다.

우선 수만 명이 처형당했다는 걸 반민특위가 220명을기소한 한국과 비교하는데, 이 수만 명은 대부분 독일군에게 빵을 팔거나, 독일군과 연애를 하거나, 가게에서 독일군 병사를 손님으로 받았다는- 나치 부역과는 무관계한 이유로 죽었습니다. 그럼 진짜 고위직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패탱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런했습니다.

이 런한 나치 부역자 고위층은 대부분 사면되거나, 혐의를 피하고 드골 정부에 충성을 맹세해 계속 일했고요. 패탱은 "비시 프랑스"라는 빼박 못할 나치 괴뢰국 수장이었던 탓에 이들이 책임을 돌리기 딱 좋았고, "패탱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라고 죄다 빠져나갔습니다.

나치 항복 직후만 해도 프랑스에서 패탱을 처형해야 한다는 여론은 상당히 적었지만, 재판 기소 이후로 미친 듯이 사형 찬성이 급증한 것도 저 사람들의 영향이 무관하다 할 수 없고요.

또 프랑스가 나치 치하에 놓인 것은 5년이고, 이는 일제강점기 35년의 1/7 정도밖에 되지 않죠. 따라서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사회 각 계층에 깊게 침투한 친독파 비율이 한국의 친일파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저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만약 프랑스가 일제강점기, 아니 독제강점기 35년을 겪어 40~75년까지 나치 치하에 놓였다가 해방되고 나서 현실과 똑같이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쉽게 답하기 어렵네요.

한국의 친일파 청산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비교를 할 거라면 그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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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힘없는 사람들만 죽어나갔군요....
22.09.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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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al 글쓴이
zerosugar
그렇죠. 이런 면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전후 나치 청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22.09.05. 15:59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랑스 나치부역자 처벌문제는 왜곡되고 과장된 측면이 크죠.
진보들도 한국 반민특위와 친일부역자 청산 제대로 안한 과오 비판하는건 좋은데, 이런 식으로 사실관계 왜곡된 문제를 근거로 들이밀지 말았음 합니다.
이거도 실제로 보리수들한테 공격소재로 계속 쓰이고 있거든요.

22.09.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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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al 글쓴이
가담항설
앞서 말한 그 독일군과 연애한 여성들에 대해서도 까먹고 안 적은 게 있는데, 이들은 삭발을 당하고 나체가 되어 이마에 붉은 글씨로 "창녀"라고 쓰인 뒤 파리의 거리를 활보하는 모욕을 당해야 했고 그 사이에 태어난, 독일어라곤 1도 모르는 아이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라며 그들의 '조국'이라 불린 '이국' 독일로 추방당해야만 했습니다.

진보적 관점에서 봐도 이건 빼박 못할 인권 유린인데 이런 건 집중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22.09.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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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시정부의 전후청산이 국내에서 계속 숭앙의 대상이 되는 이유로 임정 법통론도 한몫하지 않나 싶어요. '외국 땅에서 구국의 군사활동을 벌이던 영웅이 고국을 해방시키고 금의환향. 우리 공화국은 그 여정의 적법한 계승자'라는 멋진 서사가 프랑스와 우리나라에 모두 자리잡고 있지요. 당연히 임시정부나 드골이 시종 못할 짓을 하고 다녔다는 얘긴 아니지만, 이것이 워낙에 공화국의 신화로 통용되다 보니까 이 서사와 아다리가 안 맞는 사건들, 즉 이 글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일들은 집단기억에서도 배제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드골 시기의 프랑스에 문제가 하나도 없었을라고? 나아가 드골이 자유 프랑스나 정부는 몰라도 모든 저항세력이나 프랑스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저런 얘기는 들불이 옮겨 붙듯이 우리나라의 현대사로 담론이 움직여 가서, 드골과 연관된 주어를 '임정(특히 해방 이후 임정세력)', '한국독립당' 등으로 바꾼 채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런 리스크를 누가 감히 질 수 있겠어요.
22.09.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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