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파도 호헌파도 ‘고민’? 자민당부터 공산당까지 경계하는, 입헌민주당 에다노 헌법심사회장의 절묘한 주제 설정
링크주소 | https://news.yahoo.co.jp/articles/7a4d8e...c2d1be82b7 |
---|
■ ‘상품권’으로 혼란에 빠진 이시바 자민당
통상국회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2025년도 예산안은 고액요양비 부담 상한액 인상 연기를 둘러싸고 이시바 정권의 방침이 거듭 번복됐다. 예산안은 참의원 송부 후 재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지금도 연내 성립 전망이 불투명하다.
연금제도 개혁 관련 법안도 국회 제출 기한(3월 14일)을 넘기고 말았다. 게다가 13일 밤,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중의원 초선의원 15명에게 각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했다’는 보도가 일본 전역을 뒤흔들었다.
소수 여당 체제하에서 ‘숙의 민주주의’ 국회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이시바 자민당의 자충수’ 양상이다.
정권의 혼란을 지켜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므로, 잠시 시점을 바꿔보자. 13일에 이번 국회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된 중의원 헌법심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헌법심사회라고 하면, 지금까지 호헌파와 개헌파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개헌파가 호헌파를 배제한 채 헌법 조항안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등 ‘숙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러나 작년 가을 중의원 선거 이후 등장한 ‘소수 여당’ 상황 속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당은 헌법심사회 위원장 자리를 양보했고,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전 대표가 야당 출신 최초로 위원장에 취임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헌법에 대한 차분한 논의가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헌법 논의’라는 말만 들어도 귀를 닫고 눈을 돌리고 싶었던 정치 상황을, 에다노 씨가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자 한다.
■ 개헌파 vs 호헌파의 이분법은 의미 없다
개헌 논의는 너무나 소모적인 정치 의제다. 실현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며, 그럴 여유가 있으면 우선해야 할 다른 정치 현안들이 수없이 많다. 스스로 다룰 시급한 현안을 찾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개헌을 외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언론의 논의 또한 너무나 거칠다.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인가 반대인가’라는 단순한 질문만 던지고, 그 결과만으로 ‘개헌파가 다수’라고 하는 식의 조잡한 논의를 펼친다.
‘헌법만 바꿀 수 있으면 내용은 아무래도 좋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헌법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를 묻지 않고 단순히 ‘호헌인가 개헌인가’로 정치인이나 정당을 구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옛날 정치개혁 논쟁에서 흔히 쓰였던 ‘개혁파냐 수구파냐’ 또는 최근 야당 주변에서 들리는 ’감세를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증세파!’와 같은 식의 거친 이분법으로 정치를 논하는 것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 에다노 헌법심사회장에 개헌파도 호헌파도 긴장
필자의 견해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에다노 씨 역시 헌법 논의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을 시도하는 듯하다(에다노 씨는 이를 ‘인수분해’라고 표현한다). 이 점은 일정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에다노 씨가 구분한 주제 중에는 ‘중의원 해산권 제한’이 포함돼 있다. 이 하나만을 놓고 논의할 경우, 자민당은 어떻게 반응할까? 야당의 선거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가 해산권을 행사해 승리를 거듭했던 자민당이 해산권 제한 개헌에 찬성할 수 있을까?
‘임시국회 소집 기한 설정’이라는 주제도 있다. 2012년 자민당 개헌 초안에도 임시국회 소집을 20일 이내에 의무화하는 항목이 있었다. 실제로 2017년 6월, 당시 야당이 헌법 53조에 따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3개월이나 무시하고 결국 소집 직후 중의원을 해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이 이 문제에 대한 개헌에 동의할 수 있을까?
기존의 ‘개헌파’, ‘호헌파’라는 이미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에다노 씨의 헌법심사회장 취임에는 개헌파와 호헌파 모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긴급사태 조항 개헌을 조속히 추진하고자 하는 자민당 등은 주제를 소분해 개헌 속도를 늦추려는 에다노 씨를 경계한다. 한편 호헌파 역시 ‘개헌의 문을 여는 것’으로 보고 경계한다.
■ ‘아베식 개헌 논의’의 종언 가능성
에다노 씨는 현행법으로도 대응 가능한 긴급사태 조항 개헌에는 부정적이며, 특정 개헌을 억지로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해산권 제한’ 등 내각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의 개헌에 대해 각 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롭다. 개헌파와 호헌파 모두 이 문제로 인해 갈등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자민당이 해산권 제한 하나만으로도 개헌을 추진하겠다면, 호헌파 야당은 어떻게 할까? 필자는 하나의 전략적 사고 실험으로서, 만약 자민당이 9조와 긴급사태 조항을 포기한다면, 호헌파도 그 개헌에 동의해 ‘자민당이 원치 않는 개헌’을 발의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이런 방식으로 자민당의 오랜 개헌 논의를 사실상 종결시키고, 정치적 개헌 논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호헌파에게 나쁜 전략만은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호헌파는 ‘정권교체를 통한 헌법 수호’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